[특별기고] 기후 위기 시대의 물관리 대책

입력 2022-11-16 17:38   수정 2022-11-17 00:15

현재까지 인류 건강에 가장 획기적으로 이바지한 기술은 무엇일까. 대부분 사람은 항생제와 백신을 떠올린다. 하지만 2007년 영국의학저널은 인류의 먹는 물과 위생 문제를 해결한 상하수도 기술을 꼽았다. 미래에는 어떨까. 기후 위기 시대에 직면한 인류에게 물관리 기술은 다시 한번 생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 송파구에 있는 근린공원에는 ‘을축년 대홍수 기념비’가 있다. 1925년(을축년) 폭우로 한강이 범람해 피해가 매우 컸고, 이를 기억하기 위해 세워졌다.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큰 장마가 있을 때마다 “을축년 장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이런 홍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홍수 대비 기반시설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빈발하는 극한 강우는 기존 인프라 대책으로는 대처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 세계 곳곳은 홍수와 가뭄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았다. 파키스탄은 대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고, 방글라데시도 최악의 홍수를 겪었다. 반면, 유럽은 5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발생했고, 중국도 양쯔강 유역에서 60년 만에 가장 심한 가뭄을 겪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20년에는 기상관측 이후 가장 긴 54일간의 장마로 섬진강 유역에 예년(과거 30년 평균) 대비 약 2배 수준인 1069㎜의 비가 내려 1조2600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올해는 서울에서 시간당 141.5㎜의 경험하지 못한 폭우로 도심지가 물에 잠겼고, 포항은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80년 빈도의 하천 설계 기준을 넘어서는 500년 빈도 이상의 비로 하천이 범람해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한편 남부지방은 현재 심각한 가뭄이 지속돼 일부 섬과 산간 지역은 제한 급수를 실시 중이다.

이상기후에 살아남기 위한 인류의 적응(adaptation) 대책은 과학기술에 기반한 혁신적 물 재해 대책이다. 정부는 빈발하는 홍수와 도시 침수에 대비해 대심도 빗물터널과 지하방수로 등 파격적인 홍수 방지용 기반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본류와 지류를 모두 아울러 수위를 관측하고,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홍수 예보체계도 준비하고 있다. 낙동강 유역 등 물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지역은 유역 공동체와 협의해 상생의 ‘통합물관리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수원이 부족한 섬과 바닷가 지역은 해수담수화, 지하수 저류지 설치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노력을 각국 정부 및 국제기구, 학계 전문가 등과 공유하고, 각국의 물 문제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23일부터 4일간 대구에서 ‘대한민국 국제물주간’이 열린다. 이는 세계 최대 물 행사인 세계물포럼과 연계해 2016년부터 시작됐으며,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특히 올해 행사에는 각국 전문가들이 참여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기후 위기에 강한 물 환경 조성’을 화두로 최근의 빈번한 물 재해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적 노력과 해결책을 논의하고, 이를 반영한 ‘실행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 밖에 인류의 건강을 책임진 상하수도 기술과 미래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물관리 첨단기술이 전시되고, 해외 발주처와 국내 물 기업 간 교류의 장이 열려 우리 물 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대한민국 국제물주간이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세계적인 물 행사로 자리매김하기를 희망하며, 우리나라의 우수한 물관리 기술과 경험이 널리 전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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